이미지 크게보기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은평구 하나고 앞에서 보건소 응급차량을 타고 온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이 격리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경복고 앞에서 수험생 수송 자원봉사자의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수험생이 고사장 앞에 도착하고 있다. 문호남·박윤슬 기자

■ 수능 고사장 이모저모

17년 만에 다시 수험생 엄마
늦둥이 막내아들 뜨겁게 포옹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오전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시험 시작 전 고사장 앞은 긴장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간절함으로 가득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수능을 치르는 모정민(19) 군은 “시험이 끝나면 부모님께 ‘3년 동안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숭실대 스포츠학과 입학이 꿈이라는 이수민(19) 군은 “너무 긴장돼서 일찍 나왔는데 엄마·아빠 얼굴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규(19) 군은 “얼른 수능을 마치고 마음 편히 월드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험생의 부모들도 애타는 마음을 내비쳤다. 늦둥이 아들을 경복고 시험장 안으로 들여보낸 최미정(여·60) 씨는 이날 아들을 뜨겁게 끌어안은 뒤 취재진에 “아들이 긴장할까 봐 모유 수유하는 마음으로 안아줬다”며 “아들에게 ‘영원한 후원자가 돼 주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 씨는 막내아들을 늦게 얻어 17년 만에 다시 수능 수험생 부모가 됐다고 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에서 만난 이은애(여·48) 씨는 딸이 교문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데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이 씨는 “우리 딸은 강해서 걱정 안 된다”면서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본인 자녀가 아니라도 한마음으로 수험생들을 돕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화외고에서 한 여성은 시계를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한 수험생을 대신해 주변 사람들에게 “손목시계를 빌려달라”고 사정했다. “내 딸 같아서 대신 물어봤다”는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학생에게 “안에 시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 앞에선 한국화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응원 온 학부모들을 위해 꽃을 나눠주기도 했다. 전국모터사이클동호회 회원이라는 한 남성이 지각 위기에 놓인 수험생을 태워 경복고에 내려주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 유증상자·재택격리자들을 위한 시험장인 서울 은평구 하나고는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수험생들의 입장 동선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은평구 보건소에선 구급차를 투입해 학생들을 집에서 시험장으로 날랐다. 이날 학교 측에서 자가용으로 온 경우 학생들만 내리도록 해 학부모들은 창문을 열고 짧게 응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