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대부분 상장 시기 미뤄

금리 인상에 자금조달비 증가
두 달 간 인수·합병 43% ‘뚝’

지난달 미국 증시의 전체 기업공개(IPO)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미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로 인수·합병(M&A) 규모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상장된 기업들의 전체 IPO 규모는 16억 달러(약 2조25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한 수치며 2011년 이후 최소 규모다. IPO 규모가 급감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자 상장을 예정했던 기업들이 상장 시기를 대거 미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WSJ는 “월가가 10년 만에 가장 조용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기업 M&A 시장도 마찬가지다. 9~10월 두 달간 미국에서 성사된 M&A의 전체 규모는 219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감소했다. M&A 건수가 줄어든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훨씬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도 올라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 기간 기업들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자산담보부증권(CLO) 발행 액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97%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워 CLO 발행을 줄였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업 보유 부동산 등이 자산 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진 것 역시 CLO 발행 액수 감소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