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내년 한국성장률 1%대 그칠 것”

지난 6월 2.6%로 기대했지만
8월 2.1%, 10월 1.8% 예상
수출·민간 소비 동반 위축에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암울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악화에 따라 민간 소비 둔화, 수출 침체가 확실시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시간이 갈수록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잠재성장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한 ‘2023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 증가세 축소, 가계부채 부실화에 따른 민간 소비 둔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 산업의 내년 기상도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NG 운반선 발주 확대 등 호재가 있는 조선·기계 업종을 제외하고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은 모두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화학은 높은 에너지 가격,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중국의 공급 증가 등 ‘3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성장률과 관련해 지난 6월에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2.6%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각 기관마다 앞다퉈 하향 조정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9월과 10월에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국내외 기관들은 최저 1.8%에서 최고 2.1%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8월에 2.1% 성장률을 전망했던 한국은행도 예상 수치를 더 낮게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과 반도체 경기 악화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 확대, 원자재 가격 인상, 미국 인플레이션 압박 등 여러 요인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2%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2~2026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2% 수준으로 추정, 이전 5년(2017~2021년)보다 0.3%포인트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계에서는 규제 혁신, 노동 개혁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기에는 재정 건전성이 문제고,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며 “불합리한 규제 혁파, 낙후된 노동시장 혁신, 법인세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등 경제 6개 단체가 보조를 맞춰 법인세 인하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다.

하 교수는 “정부는 에너지 수입 적자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국채 발행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세수 확충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