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더지 리포트 - 기부금 복마전 된 공익법인上

‘한결’ 이사장, 지출내역 누락
인권위원장 후보 오른 후에야
‘라오스댐 대응비’ 등 재공시

소방안전원 年복리후생비 34억
1인당 1600만원… 대기업 4배

공익법인이 마음대로 회계 내역을 수정할 수 있는 느슨한 현행 공시 제도 아래 일부 공익법인이 시민·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엉뚱한 데 쓰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익법인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회계 책임’ 의무를 저버린 채, 기부금·회비를 사적 용도로 쓰거나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등으로 과도하게 지출하는 등 ‘회계 일탈’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문화일보 ‘두더지(두드리고, 더 파고, 지속하고)팀’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보호 사단법인 한결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이사장이던 당시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시에서 누락했다가 그가 인권위원장 후보에 오르자 재공시했다. 지난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송두환 당시 인권위원장 후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송 후보가 인권보호 사단법인 한결의 이사장을 지낸 2019년도의 기부금 공시엔 ‘고유목적사업 공익활동 지원’에 해당하는 3600만 원(12건)의 지출 내역이 없었다. 송 위원장이 당시 후보로 지명된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 한결은 “라오스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 TF(태스크포스) 등에 고유목적사업 공익 활동으로 총 3600만 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을 재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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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로,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는 쌍방울그룹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2018~2021년 4년 치 결산 공시를 한꺼번에 수정했다. 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2020년 5월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결산서류 등을 재공시했다. 정의연의 2017년도 결산 공시를 살펴보니, 지난 2018년 3월 29일 첫 공시와 비교했을 때 2020년 8월 30일 올라온 재공시에는 지급처명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등 여러 곳에서 차이를 보였다. 최초 공시의 기부자엔 주식회사 마리몬드(6억5988만 원)만 기재됐으나, 재공시에선 송모 씨 1억 원, 길모 씨 5170만 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4539만 원, 논산평화의소녀상건립시민추진위원회 1728만 원 등이 새로 쓰였다. 공익법인은 현행법에 따라 매년 4월 결산서류 등을 공시해야 하지만, 불이익 없이 이전 기록을 덮고 재공시가 가능해 논란이 생길 때마다 결산서류나 모금액 활용 실적을 다시 올리는 경우가 만연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공익법인에 요구되는 통념을 벗어나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한국소방안전원의 복리후생비는 1인당 연 1600여만 원으로 대기업의 4배에 달했다. 안전원의 2020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원의 해당 연도 복리후생비는 34억 원에 달해 1인당 1674여만 원 수준이다. 이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평균의 각 4.1배, 11.1배에 달한다. 안전원 관계자는 “복리후생비는 정액급식비(매달 14만 원가량), 교통보조비(매달 14만 원가량), 효도휴가비(1년 2차례 기본급의 75%), 가계지원비(격월 기본급의 50%) 총 4개 비용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예린·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