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안한 눈빛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과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발표 직후 소폭 상승 전환했다. 김호웅 기자

■韓銀, 기준금리 0.5%P 인상

내달 Fed ‘자이언트스텝’ 예고
한미 금리격차 1%P 진입할 듯

5%대 물가·환율급등에 고육책
내년 상반기까지 인상기조 전망

한국은행이 12일 사전예고지침(포워드가이던스)을 깨면서까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은 데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이에 따른 환율 추가상승이 위험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미국이 오는 11월 2일(현지시간)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다시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가 3.5% 수준인지에 관해서는 다수 금통위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혀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장 오는 11월 24일 마지막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빅스텝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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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 우려 = 한은의 사상 첫 두 번째 빅스텝 결정 배경에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인 1.50%포인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10년여 만에 3.0%에 도달, 미국 기준금리 상단(3.25%)과의 차이를 0.25%포인트로 좁혔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 초에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 ‘무게’= 한은이 추가적인 빅스텝에 나선 데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6.3%에 달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5%대 후반에서 머물고 있다. 한은은 물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5∼6%의 물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1442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로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우려도 여전하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말 한은의 기준금리가 3.25∼3.50%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가 5% 밑으로 소폭 떨어진다고 해서 금리 인상 기조가 사라진다고 기계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면서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 빅스텝 두고 고심 = 한은 안팎에서도 고환율과 높은 물가로 추가 빅스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 침체와 가계 부채 우려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어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내외 여건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베이비 스텝과 빅스텝을 넘어 더 큰 폭의 금리 인상까지도 염두에 두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