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피상황에도 큰 웃음 주는 아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보복 공습을 감행한 10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지하철역 안으로 대피한 여성이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EPA 연합뉴스

■ 바이든, 젤렌스키에 지원 약속

미, 지금껏 러 본토 공격 우려해
‘에이태큼스’ 지원 꺼려 왔지만
러군 무차별 공격에 투입 관측

러 핵사용 임박 등 강대강 대치
우호적이던 중국·인도 우려 나타내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과 수도 키이우(키예프) 미사일 공격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이 잇달아 첨단무기 지원을 약속하면서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폭격에도 방공호에 모여 국가를 부르는 등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10일 통화의 핵심 주제는 방공시스템 지원이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의 미사일 56개를 격추했다고 밝혔는데, 더 강력한 방공시스템이 갖춰졌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지난달 지원을 약속했던 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6개가 예정보다 빨리 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삼스는 미국이 2005년부터 백악관과 의사당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우려해 미국 정부가 지원을 꺼려왔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도 전격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IRIS-T SLM 방공시스템 4기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IRIS-T SLM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전투기, 헬리콥터, 무인기 등을 막아 낼 수 있는 다목적 지대공 방공장치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비난하는 여론전에도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스터 푸틴(Mr. Putin)의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불법 전쟁의 완전한 잔인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 만행에 관해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중국·인도도 우려를 나타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모든 국가는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고, 아린담 바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도 “인프라 파괴·민간인 사망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분쟁이 격화된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이날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유럽연합(EU) 주도로 마련된 러시아 규탄 결의안 논의에 착수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방공호에 모여 항전의 노래를 부르는 등 단합된 모습을 연출했다. 공습경보가 발동되자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가장 가까운 방공호를 검색해 일사불란하게 피신했고, 주유소에도 휘발유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워싱턴=김남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