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尹’세력 결집 시도 주목
김기현 “자기 얼굴에 침뱉기”

이미지 크게보기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당권 도전이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사진) 전 의원이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권 내 반윤(反尹) 결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가 친윤(친윤석열) 후보와 반윤 세력 간 대립 구도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의 발언은 반윤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비판을 내놓자마자 당내 반발에 부딪혔지만 반윤 세력 결집엔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SNS에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라며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의 몫인가요?”라고 적었다. 그는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문은 온갖 구설만 남기고, 한국까지 온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패싱하고,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가서 조문도 못하고, 유엔 연설은 핵심은 다 빼먹고,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은 하지도 못하고, 한일 정상회담은 그렇게 할 거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외교 관련 논란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러자 윤상현 의원은 “정말 유 전 의원이 직접 쓴 글이 맞나요? 믿을 수 없다”고 평했고, 김기현 의원 역시 “이런 자극적 표현은 결과적으로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경선에서 패한 뒤 잠행을 이어온 유 전 의원은 최근 들어 이준석 전 대표를 응원하는 한편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주력해왔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 말, 태도가 문제다” 등 비판적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아직 당권 도전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차기 당권 후보로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일부 중진 의원도 친윤 세력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오는 24일 열리는 국바세(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로 했다. 국바세는 이 전 대표 징계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대하는 당원들의 모임이다.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주자들은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잰걸음 중이다. 김 의원은 이날 중앙여성고문단 특강에 이어 전·현직 수도권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에 참석할 예정이고, 부산을 방문 중인 안철수 의원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부산시의회·부산시청·부산고 등을 순회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