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제출 국회자료 분석

4인가구 kwh당 261원 인상 수준
상한선 있어 큰 폭 인상 불가능
정부, 결국 전기료 발표 또 미뤄

21일로 예정됐던 올 4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이 결국 9월 말로 연기됐다. 30조 원대의 한국전력공사 적자 타개냐 물가 안정이냐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이견 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이런 가운데, 한전의 올해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려면 가구당 전기요금을 8만 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회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적자를 해소하려면 다음 달 kwh당 261원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하나증권이 리포트에서 전망한 35조4000억 원의 적자를 낸다는 가정하에 산출했다. 4분기 전력판매량은 13만5876GWh로 추정했다. 월평균 전력사용량(307kwh)을 사용하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kwh당 261원이 오르면 8만 원 이상 부담이 증가한다. 예컨대, 9월 전기요금이 10만 원 나온 4인 가구라면 10~12월에는 월 18만 원을 부담해야 한전이 올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의 올해 한전 영업적자 전망치는 평균 28조 원대다. 하지만 9월 들어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이 급등세를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증권의 추정치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1∼20일(육지 기준) SMP는 kwh당 227.48원으로 월평균 기준 역대 최고치인 올해 4월 수치(201.58원)를 웃돈다. 전기요금 인상 폭은 제한적인데 한전이 내는 비용은 증가하다 보니 팔수록 적자 폭은 커지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지만 한전 산정대로 한꺼번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 부담과 물가 자극 가능성 때문이다.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가 미뤄진 배경이기도 하다. 에너지 당국인 산업부는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물가 당국인 기재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미 다음 분기 kwh당 4.9원의 기준연료비 인상이 예정돼 있다. 정부가 지난달 모두 소진한 연료비 조정단가(±5원) 상한선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할지 여부와 조정 폭은 다음 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