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개 공공기관 오늘 도입

이미지 크게보기예고된 노사갈등...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인근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공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노동이사제 쟁취 관련 문구가 써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 ‘상임위원 지위’요구
임원추천위 참여 권한도 주장
구조조정 등 개혁 험로 예상

이미지 크게보기

4일부터 130개 공공기관이 노동이사제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노동이사의 권한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마찰을 빚으며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에도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10일 입법 예고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한국전력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36곳과 한국무역보험공사·공무원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4곳은 노동이사 1명을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 노동이사 선출은 노조를 통해 이뤄지는데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노조대표가 추천한 2인 이내 후보자가,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2명 이내 후보자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되는 방식이다.

대상이 된 공공기관들은 현재 정관 변경 작업 등 노동이사 선임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사 결원 시 그 자리에 노동이사를 선임하거나 노동이사를 위한 이사 자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 기관별 상황이 다른 만큼 올 하반기 순차적·단계적 임명이 예상된다.

일부 기관이 노동이사제 전 단계인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나 노동이사제와 비슷한 ‘노동추천이사제’를 운용하며 대비해 오긴 했지만, 상당수 기관은 노동이사제 시행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가 노동이사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며 노조-정부-사용자 측 간에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는 비상임이사인 노동이사 권한을 상임위원 수준으로 확대해 달라거나 사장 등 임원추천위 참여, 노조 조합원 지위 유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비상임이사에 적용하던 권한·책임을 노동이사도 그대로 적용받게 된다”며 “노동이사는 여타 비상임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도록 노조를 탈퇴해야 하고, 사내 이사인 만큼 전원 외부인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에도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노동이사 권한 확대에 목소리를 높이며 기업 유연성 위축,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저해 등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혁신 역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시작부터 노조가 과다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 간 힘겨운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좀 더 합리적 수준의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에서도 부작용이 많아 바꾸려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만큼 노동이사가 경영 의사 결정에 무리하게 관여하기보다는 본래 취지인 감독 기능에 집중하도록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많은 만큼 노동이사제 도입 후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박정민·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