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검거 판단… “감형노린 듯”

경찰이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와 조현수(30) 체포에 대해 자수가 아닌 ‘검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씨 측이 향후 법정에서 “자수했다”고 주장하며 감형을 노릴 것으로 보여, 자수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이 씨 일당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오피스텔 22층에 은신처를 마련했지만, 회유 당시 15층으로 오라고 거짓말을 하는 등 체포에 혼선을 일게 했다”며 “자수는 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정확한 소재를 알리거나 제 발로 걸어오는 등의 행위가 필수조건인데 이 씨는 끝까지 자신의 신변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계 직전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으로 일관했는데, 자수라면 범죄 행위를 시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냐”며 “은신처를 특정하고 포위하자 어쩔 수 없이 형식상의 자수를 한 것으로, 공판 과정에서 감형을 노린 행위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애초 지하철역 3호선 삼송역 인근에서 이 씨 측의 협조를 통한 검거 작전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씨 측의 협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직접 검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피스텔 22층에 은신 중이던 이 씨는 지난 16일 체포 직전 자신의 부친에게 ‘자수할 테니 경찰관과 동행해 오피스텔 15층으로 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검거팀은 이 씨 부친과 함께 직후 15층으로 향했지만, 현장에는 조 씨만 있었다고 한다. 당시 조 씨는 취재진이 함께 올 것을 우려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수사 당국의 눈을 마지막까지 따돌리려 했던 행위로 풀이된다. 경찰은 조 씨를 체포한 이후에야 은신처 층·호수를 특정했다. 이 씨가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을 우려, 부친을 설득한 끝에 숨어 있던 그를 최종 검거했다.

공개수배 이후에도 도피 생활을 이어 가던 이 씨 일당이 체포에 응한 것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 오는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자수’뿐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량을 줄이려는 전략적 행위라는 것이다. 한편 전날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씨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