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자리에 모인 檢 수장들 김오수(가운데)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정리하는 전국 지검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전국지검장회의 법안대응 논의

총장·지검장 18명 대면 회의
“수사권 폐지는 검찰청의 폐지
중대범죄 대응을 무력화시켜”

“무조건 반대 아닌 대안 내놔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저지를 위해 전국 지검장들이 11일 오전 대검 청사에 모두 모였다. 이날 회의에서 지검장들은 모두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헌법에 위배되며 형사 사법체계의 대혼란을 가져와 국민 피해만 가중된다며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집중 개진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모두 발언에서 총장직을 걸고 검수완박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혔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친정권 성향 김 총장이 바로 사직서를 제출해 배수의 진을 쳐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전국 지검장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는 전국 지검장 18명과 김 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면 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6월 김 총장 취임 이후 전국 지검장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 지검장들은 검수완박이 근본적으로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회의에 참석한 A 지검장은 “헌법(제12조 제3항 및 제16조)에 의하면 수사권 핵심인 체포·구속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은 검사에게만 줬다”며 “그 뜻은 헌법이 검찰청 중심으로 수사기구를 운영하라고 명령한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다. 즉,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도 법을 만들 때 헌법 정신에 따라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복수의 지검장은 “수사권과 공소권 중에 수사권을 박탈한다는 건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한다는 이야기”라며 “헌법에서 생각하는 검찰청이 아니다”는 점도 회의 석상에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민주당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넘길 별도의 수사청을 만들고 나서 검수완박을 추진하면 모르겠지만,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뺏자는 취지의 법안 개정은 중대범죄 대응을 무력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일부 지검장은 김 총장의 거취를 두고 각기 다른 견해를 보였다. B 지검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검찰 총수로서 후배들에게 면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 총장이 바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맞서야 한다”며 “총장이 검수완박 후 사직을 전제로 대응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지검장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지만 반론도 있었다. C 지검장은 통화에서 “검찰이 무조건 반대한다고 해서 과연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검찰에서도 마땅한 대안이 나와줘야 국민도 설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 존폐 위기에 일선 검찰청에서는 지검장회의를 내부망에 생중계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현직 지청장은 이날 내부망에 “지난 금요일 전국 고검장회의 결과에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방안에 관한 언급이 나왔는데, 이 문구의 참뜻에 대한 해석이 많고 정확히 몰라 더욱 투명하게 공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기존 형사사법체제 붕괴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 지도부에게만 검찰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이번 회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친정부 성향’이 다수인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도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정수 중앙지검장에게 전달했다.

이해완·윤정선·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