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부족 속 ‘거래 물꼬’ 관심
대출 완화에 매수심리도 반등

1년간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 이후 매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서울에서도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출규제 완화 기대감 속 매수 심리도 반등하면서 꽉 막혔던 부동산 시장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호가가 1억 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동대문구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59.99㎡는 12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 2월 12억18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달 호가가 14억3000만 원까지 뛰었으나 양도세 중과 배제 계획이 나온 뒤 급매로 전환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포함돼 있고 잔금을 5월 12일까지 완료하는 조건이다 보니 시세보다 싸게 나왔다”고 말했다. 호가가 20억∼22억 원 선이었던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 84㎡도 지난 2일 19억8000만 원에 나왔다. 은평구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59㎡)에서도 기존보다 호가가 1억 원 안팎 하락한 매물이 등장했다.

특히 강남권에서도 급매물이 등장했다. ‘똘똘한 한 채’ 수요와 재건축 이슈로 가격이 강세지만, 자산 정리에 나선 일부 다주택자가 급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5월 중 잔금 기일을 조건으로 내건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보유세 기산일(6월 1일) 전까지 눈치싸움을 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진 급매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수 심리가 회복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온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넷째 주(28일 조사)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는 89.1로 전주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4주 연속 상승세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도 90.5에서 91.7로 올랐다. 현장에서도 매매 문의는 늘어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늦어도 5월 중에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주택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현 시세와 매도 가능 금액을 묻는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까지 꽉 막혔던 매매 거래도 3월 들어서는 약간 여유를 찾는 모습이다. 서울 부동산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00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나 3월 거래량은 4일 현재 718건으로 2월 전체 거래량에 육박했다. 3월 거래분 등록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2월은 물론 올해 1월(1086건)이나 지난해 12월(1128건)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