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유의 대립’ 우려 고조

전문가 “분위기 바꾸는 게 중요
두 사람 빨리 만나서 대화해야”

文 “최고의 안보태세 유지할것”
지방선거 겨냥 대립각 시선도

尹 “北방사포 발사 9·19 위반”
文대통령 대북정책 우회 비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가 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권 교체기 군 통수권자로서의 마지막 책무를 강조하는 등 ‘임기 내 집무실 이전’에 다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청와대와 윤 당선인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청와대가 안보 문제로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걸자,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야말로 안보 공백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전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오히려 안보 공백과 국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두 분이 공감대를 가진 몇 안 되는 공약”이라며 청와대의 협조를 재차 요청했다.

청와대가 안보 공백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꼽은 것에 대해선 노골적인 비난도 잇따랐다.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수십 차례 도발에 어떤 대응도 내놓지 않더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안보 공백이라 한다”며 “굉장히 역겹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이날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20일 북한군의 방사포 발사에 대해 “9·19(남북군사합의) 위반 아닌가. 명확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는 집무실 이사가 민생보다 더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당선 이후 온통 이사 얘기뿐이고, 당선인이 돼 외출한 첫 활동이 집 보러 다니기였던 것 같다”고 비난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는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6·1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각자 지지층을 결집하며 대립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6월 지방선거 이슈로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변칙적으로 접근하신다든가 하는 것이 주변 참모들로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라서 대통령이 움직인다면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청와대 신구 권력 간의 충돌로 비치는 게 오히려 (민주당에) 감점이 될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 포석을 한다면 저런 모습이 오히려 현 여당인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구 권력이 충돌하면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고, 권력 이양이 차질을 빚으면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설명처럼 시기, 시스템적으로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안보 컨트롤타워 구축은 차기 군 통수권자의 몫이다. 현 권력은 순조롭게 이양이 완료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 풀어야 할 문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두 사람이 만나 직접 대화하다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 있다”며 “지금의 분위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이렇게 다투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성진·조재연·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