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지가 윤석열 당선인의 ‘결단’에 따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됐다. 취임일이 불과 7주 앞이라는 점에서 신속한 결정은 불가피했다. 당초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 입주를 공약했지만 현실적 제약 때문에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를 놓고 논란이 있었고, 어느 경우든 적잖은 문제가 있어 단계적 이전론까지 제기됐지만 윤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알렸다. 윤 당선인 취임과 함께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전직 군 고위 인사 등 많은 사람이 여전히 반발하며 신중한 접근이나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우선, 윤 당선인의 신속한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데 동의한다. 소통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처럼 공론화위원회 등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선택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어려운 결단을 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다음으로,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판단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최선의 대안이었는지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다. 결국, 윤 당선인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집무실 이전의 성패(成敗)가 달렸다. 당장 우려되는 문제는, 불통에 대한 반발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측에서는 취임도 하기 전에 제왕적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이에 공감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윤 당선인 스스로도 그런 취지의 질문에 답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다는 말씀이신데”라고 했다. 그런 측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부터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은 줄이고, 성과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취임 첫날부터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정치적·기술적 문제들은 완충지대 없이 곧바로 윤 당선인의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국민 설득 및 기술적·행정적 보완 조치를 이전 작업의 주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신속히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이전을 공약했던 만큼 적극 협력해야 한다. 전직 합참의장 11명은 “대통령실, 국방부 동시 타격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런 우려도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