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의 대통령선거 부실 관리 문제를 다룰 예정이던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국회 책무와 권능을 저버린 국민 배신 행태다. 대선보다 훨씬 복잡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더 황당한 것은 민주당의 논리다. 민주당은 ‘무능·코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준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을 감싸면서, 문재인 정권 내부에서도 불거진 노 위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로 매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확진자 사전투표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자 “대한민국 선관위가 맞느냐”고 질타하더니, 지난 19일엔 행안위 소속 의원 전원이 ‘노 위원장 사퇴 요구는 중앙선관위 업무를 마비시키는 처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선관위원 2명이 공석이고, 사무총장까지 사퇴한 상황이어서 위원장까지 없으면 그렇게 된다는 취지다. 궤변이다. 그러잖아도 사무총장은 빨리 임명해야 하고, 공석인 선관위원 2명을 신속히 충원하기 위해 야당과 협의에 나서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편파성 시정 등 선관위 정상화도 빨라질 수 있다. 여기에다 노 위원장의 몰염치까지 겹쳤다. “더 잘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자신은 잘해왔다는 뉘앙스다. 게다가 실무자 인사 조치를 하는 등 꼬리 자르기 행태까지 보인다. 한결같이 혹세무민과 다름없다.

이런 돌변의 배경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6·1 지방선거 때까지 노정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선관위를 이렇게 만든 책임자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다. 조해주 전 상임위원 문제로 선관위 전 직원이 반발하는 초유의 파동을 자초했다. 당장 노 위원장을 사퇴시키고, 신속히 공석 충원에 앞장서는 것이 그나마 죄책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