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청와대)의 광화문 이전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위치 변경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청와대 기능의 전면적 축소·정상화, 즉 제2 행정부 같은 옥상옥 권부(權府)의 폐지라는 실질적 변화까지 내포하기 때문이다. 경호·의전과 대통령의 출퇴근, 이로 인한 주변 지역의 불편 등 현실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런 것들을 빌미로 삼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까지 약속한 ‘광화문 대통령’을 결국 새빨간 거짓말로 만들고 말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실’이전 공약과 관련, 곧 출범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1호 과제로 검토할 것을 밝혔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수석비서관 제도와 민정수석실·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담당) 폐지를 비롯해 인력 30% 감축 등도 공약했다. 취임까지 2개월도 남지 않은 만큼 신속히 추진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힘들다. 이미 기본적인 점검은 이뤄졌다고 한다. 집무실과 비서실·안보실 등을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 내 국무총리실 공간으로 이전한다는 것인데, 국무회의를 위한 화상회의 시스템 등 통신·보안 시설이 갖춰져 있어 업무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통령 관저는 삼청동 총리 관저를 검토 중이다. 이전이 이뤄지면 영빈관과 헬기장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와대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의 청와대는, 경복궁의 후원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 총독 관저로 건립됐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경무대’로 바꿔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했다. 4·19 뒤 청와대로 개칭되고, 역대 대통령을 거치면서 건물도 기능도 비대해져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구중궁궐 같은 권위주의적 건물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머무르면서 민심과 괴리된 제왕적 대통령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로 그런 현상이 심각했다. 따라서 윤 당선인이 이전을 실행한다면, 그 자체로 대통령사(史)에 남을 획기적 업적이다.

경호팀은 물론 청와대 입성을 희망하는 참모 등 윤 당선인 주변에서부터 반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실무적·기술적 난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단호한 의지로 관철하기 바란다. 물론 그 목표는 이전 자체가 아니라 20세기적 ‘청와대 정부’를 21세기에 맞는 청와대·정부·민간 거버넌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일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