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은평구에서 택시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위반하자 전광판에 ‘정지선 준수’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딥러닝 선별 관제시스템’을 장착한 은평구 관제센터가 은명초등학교 등·하굣길을 살피고 있다. 은평구청 제공

은평구, 범죄·재난예방 ‘스마트 도시서비스’ 호평

- 스쿨존 스마트 횡단보도
정지선·속도 위반 차량 ‘찰칵’
전광판 통해 운전자에 보여줘

- 공공장소 366대 CCTV
배회·폭행상황 등 딥러닝 선별
관제요원에 ‘문제상황’先표출

- IoT 센서 위험시설물 분석
노후 건물 진동·균열 등 감지
이상 변화 발생 땐 즉각 알람

“위험하오니 인도로 이동해 주십시오.”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

서울 은평구 스쿨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한 번쯤 듣는 음성 안내다. 은평구는 관내 초등학교 스쿨존에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각종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해 어린이를 보호하는 ‘스쿨존 스마트 횡단보도 교통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시설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스쿨존에서 정지선·속도위반을 하면 해당 차량의 번호와 위반 순간의 사진을 찍어 운전자가 볼 수 있는 곳에 설치된 전광판에 곧바로 띄우는 장치가 대표적이다.

행정 전반에 ICT를 접목해 보다 ‘똑똑’해진 은평구가 사고·범죄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구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아동·여성·질환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 초점을 둔 ‘스마트 도시’로의 발전은 은평구가 구민들의 ‘보호망’이 되겠다는 구정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스마트 도시 서비스’는 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CT를 활용해 시민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해 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각종 시스템을 말한다.

은평구는 스쿨존 스마트 횡단보도 교통안전 시스템을 본격 구축하기에 앞서 지난 2020년 녹번·대조·역촌 초등학교 1∼3학년 학생 24명이 특수 안경과 보디캠을 착용해 직접 촬영한 약 6시간 분량의 등·하굣길 방해물 영상과 학교 주변 카메라 영상을 AI 머신러닝으로 분석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장애물을 파악해 각 통학로에 가장 적합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은평구는 레이더를 활용해 주차장이나 골목길 사각지대에서 나오는 차량이 보행자의 동선을 전광판 문자나 신호등을 통해 보는 ‘보행자 교통안전 스마트 시스템’도 벤처기업과 손잡고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이다. 그동안 보행자가 차량을 주의해야 하는 체계에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식해 방어운전을 하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366대 방범용 CCTV에 포착된 사람이 배회하거나 쓰러진 경우, 타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등 ‘문제적 상황’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해당 영상을 관제요원에게 중요도 순으로 표출시키는 ‘딥러닝 선별 관제시스템’은 으슥한 골목길을 지나는 구민의 동행자 역할을 한다. 해당 시스템은 영상 속 사람의 얼굴을 감지해 성별을 판별하고 나이까지 예측한다. 은평구 관계자는 “관제 효율성이 3배 이상으로 높아져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각종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사고를 당했을 때 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엔 CCTV를 관제하기 위해 20명이 필요했지만, 해당 시스템 도입 후에는 단 4명으로 충분하다. 이를 통해 아끼는 인건비는 연 6억 원에 달한다.

결핵뿐만 아니라 폐암, 폐렴 등 주요 폐 질환을 15초 이내에 판독하는 클라우드 기반 ‘AI X-ray 영상 판독 지원 서비스’는 의사와 AI의 협업으로 진단 정확도가 98%에 달한다. 은평구보건소는 2019년부터 이 같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모든 구민에게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22일 “기존 방사선 X-Ray는 결핵을 중심으로 판독해 사망률·오진율 1위인 폐암 등 폐 질환의 조기 발견 골든 타임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 서비스는 공공보건 의료 서비스 품질의 혁신이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경남 창원시, 경기 안산시 등 6개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됐다.

‘IoT 센서 위험시설물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은평구가 제안하는 새로운 재난안전 모델이다. 안전진단에서 C·D·E 등급을 받은 노후 아파트·빌라, 담벼락 등에 부착된 IoT 센서는 해당 시설물의 진동, 기울기, 균열 데이터를 자동으로 감지한다. 해당 데이터는 은평구청 자체망을 통해 분석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만일 해당 시설물에 예측치 이상의 변화가 감지되면 구청 담당자에게 알람이 울린다. IoT 센서를 통해 시설물의 상태 변화를 예측하고, 적합한 시기 예·경보를 할 수 있다는 게 은평구의 설명이다. 은평구는 현재 29개 시설물에 IoT 센서를 103곳 설치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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