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노조 면담 요청 무응답
국토·고용부 장관, 현장 안찾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2일째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편법 방식의 대규모 도심 집회에 들어갔지만 대선 국면과 맞물려 총리·고용노동부 장관·국토교통부 장관 등 중재를 맡아야 할 정부 측 인사들은 소극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거리두기를 하면서 본사를 점거당한 회사와 택배를 이용하는 국민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21일 택배노조의 파업이 56일째를 맞는 가운데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할 정부 부처들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방역 지침을 우회한 대규모 집회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배업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이번 파업을 ‘노사 간 문제’로 보고 개입을 꺼리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도 파업에 개입할 근거와 명분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조의 불법점거 농성 원인인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부 또한 본사 점거를 무단 침입으로 규정하면서도 택배노조의 이번 본사 점거 농성과 관련해선 공개적으로 합·불법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와 관련해 경찰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부인하며 무대응으로 방향을 잡은 분위기다. 정부는 택배노조가 요청한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면담에 대해서도 응하지 않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태도다. 특히 김 총리와 노형욱 국토부 장관, 안경덕 고용부 장관 모두 파업 현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중재 노력 자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저희도 중재 노력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장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철순·송정은·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