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반복이 도(度)를 넘어 ‘승부 조작’ 수준인 베이징동계올림픽이지만, 한국 선수들은 중국의 판정 텃세마저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선수단이 8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공식 제소를 결정·발표한 경기인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선에서 세계가 감탄한 기량으로 1위를 하고도, 뒤처진 중국 선수의 진출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심판의 실격 판정을 받은 황대헌(23) 선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고,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 서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를 생각하라’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되새겼다. 남은 경기인 500m·1500m와 1500m 계주에서의 투혼을 더 다졌다. ‘중국 선수에 앞서면 실격’ 비아냥까지 나온 노골적 편파 판정 속의 빛나는 스포츠 정신이다. ‘역대 최악의 불공정 올림픽’ 오명을 자초한 중국 측을 더 부끄럽게도 한 셈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8일 또 동메달을 딴 남자 빙속 1500m의 김민석(23)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국 선수에게 잇달아 내린 부당한 실격 판정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그는 “불의(不義)의 사건이 있었는데, 오늘의 메달이 한국 선수단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4년 뒤엔 올림픽 챔피언이 되겠다”고 했다. 한국 선수 전원이 조금도 위축되지 말고 끝까지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응원하는 국민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