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바람개비

현장서 듣는 의견 꼼꼼히 적어
민심 파악·정책추진 수단으로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의 한 댄스 스튜디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댄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댄서 영제이가 건의사항을 이야기하자 급하게 손으로 글씨를 쓰는 손짓을 지으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수행팀이 건네준 건 이 후보가 현장마다 빼먹지 않고 들고 다니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파란색 수첩이었다.

이 후보는 간담회 현장마다 항상 이 수첩을 들고 다닌다. 참여자들이 전하는 의견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면서 듣는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 때도 수첩을 보면서 참여자들의 건의를 놓치지 않고 일일이 대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21일 “이 후보가 수첩에 메모한 내용을 ‘반드시 정책으로 할 것’ ‘본인이 알아야 할 것’ 등으로 구분하고 특히 정책으로 할 것은 현장에 있는 다른 의원에게 같이 검토해보자고 전하곤 한다”고 했다. 실제로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이 곧바로 정책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다. 지난 14일 이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로 찾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한 기업인이 “특허 출원이 오래 걸린다”고 건의한 것이 20일 ‘특허심사 기간 단축’을 담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이어졌다. 이 후보의 메모 습관이 민주당에서 ‘메모광’으로 불린 대표적 인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