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민주 원내대책회의 윤호중(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전두환·박정희 이어 박태준까지
공적 잇달아 언급하며 TK 공략

당내 “불필요한 발언” 비판 나와
‘즉흥 연설’ 후폭풍 차단 안간힘
정의당도 “위험천만 포퓰리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공적을 잇달아 언급하며 ‘우클릭’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경북(TK) 출신으로 내년 대선에서 이 지역에서 20% 이상의 득표율을 노리는 이 후보의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와 함께 당내에선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잦은 말 바꾸기가 안정감과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전두환 씨의 독재자로서의 면모, 그리고 광주 민주시민을 학살했던 것에 대해선 명확하게 질타하고 비판하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서 “흑백논리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지만, 불필요한 말씀을 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같은 방송에서 “얄팍하게 표를 구하는 위험천만한 포퓰리즘”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三低)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이 후보는 전날까지 3박 4일간 TK 지역을 훑으며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다수 내놨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산업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고, 박 명예회장에 대해서도 “허허벌판에 철강 산업을 일으킨 도전 정신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는 TK와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TK에서 20% 이상 득표를 해야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명 ‘전두환 공과’ 발언이 결국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민주당은 후폭풍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가 한 말 전체를 들어보면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며 “이 후보는 역사의식이 투철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선대위에서도 이 후보에게 ‘당과 조율된 메시지에 집중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TK 지역 순회에서 박 전 대통령 관련 메시지는 당과 합의가 됐지만,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즉흥연설을 선호하는 이 후보의 스타일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선대위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 후보는 TK 순회 일정에서 만난 당 관계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이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계획이다. 오후에 예정됐던 현대경제연구원 방문 행사도 연기했다.

손우성·송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