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뒤 잠재성장률 OECD꼴찌

생산여력 줄고 기업활동 둔화
향후 5년 채무比도 15.4%P ↑
확장기조 겹쳐 재정건전성 악화

한국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206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구절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생산 여력은 줄어들고, 기업활동 둔화는 결국 세수감소로 이어지는 데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까지 겹쳐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구조다. 한국경제가 이 같은 악순환 사이클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OECD의 2060년까지의 재정 전망 보고서(The Long Game: Fiscal Outlooks to 2060 Underline Need for Structural Reform)에 따르면,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2030∼2060년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은 연간 0.8%로 추정됐다. 한국의 잠재 GDP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추락한 끝에 2020~2030년까지는 OECD 평균(1.3%)보다 높지만, 2030~2060년에는 OECD 평균(1.1%)을 밑돌게 된다. 캐나다(0.8%)와 함께 38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OECD는 “성장세는 인구구조가 변하고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면서 대체로 하락해왔고 정책 변화가 없다면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급감이란 인구 구조적 문제와 더딘 규제개혁으로 기업활동 둔화가 겹쳐 성장 엔진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 지출은 늘고, 법인세수는 줄어든다면 정부의 세금 수입 기반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의 돈 풀기 정책으로 재정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도 향후 5년간 한국의 일반정부(국가채무+비영리공공기관) 부채 비율 상승 폭은 15.4%로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선진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해진 재정의 역할을 올해부터 줄이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반면, 한국의 경우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문제라고 보긴 어렵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빨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