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강원 춘천시 신북읍에 위치한 경관농업법인 팀파머스의 유기농 카페에서 방문객들이 차를 마시며 농장에서 재배하는 꽃을 감상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K-농업, FTA를 넘어 미래로 - (2) 민병현 팀파머스 대표

고향 춘천에 2만㎡ 규모 조성
계절마다 꽃 향연… 지역 명소
꽃 활용 상품·티백차 등 출시

초기 난관 딛고 경관농업 성공
지역과 상생 ‘6차 산업’ 형성

춘천=박정민 기자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발견한 셈이죠. 농사도 비즈니스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민병현(39) 농업법인 팀파머스 대표는 ‘꽃 농사를 짓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도중 ‘농사도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농사일이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농부에게 근면성은 비즈니스로서의 농업에서도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다만 농업에서는 여러 기회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발상의 전환,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가을 국화도 시들해질 무렵인 지난 5일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민 대표의 농장과 카페를 찾았다. 약 2만㎡(6000평)에 달하는 꽃밭은 가을 국화로 가득했다. 넓게 펼쳐진 국화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봄에는 유채, 여름에는 백일홍·해바라기, 가을엔 핑크뮬리와 국화 등으로 이어지는 꽃의 향연으로 이곳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성공한 청년 창업농답게 그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지난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우수사례 대회에서 영농혁신분야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향인 강원 춘천에서 그는 여전히 국내에서 생소한 ‘경관농업’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대학을 졸업하고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창업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다 30대에 이르러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어린 시절 고향 춘천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어보려 했지만 사실 경험도 부족하고 막상 농사를 지어 돈 벌 자신도 없었다.

“팥 농사를 지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생산 위주로 농사를 지을 자신이 솔직히 없었습니다. 어떤 농사를 지을지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우리 농촌이 생각보다 예뻤습니다.”

민 대표의 고향이자 사업터인 신북읍 지내리에는 휴경지가 많았다. 그는 여행 도중 보았던 유채꽃밭을 떠올렸다. 꽃을 심자는 생각이 불현듯 그의 머리를 스쳤다. 휴경지를 잘 활용하면 정말 멋진 꽃 농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멋진 경관만 제공한다면 연인이나 가족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작은 어려웠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해 관매도에서 유채꽃밭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유채박사님’에게 직접 연락해 어떻게 하면 경관농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다. 종자 구매에서부터 재배까지 농사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했죠. 농사가 아니라는 편견이 심했습니다. 실제로 정부 지원도 생산·수확·판매·유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저희는 생산은 하지만 소비·유통 단계가 없기에 지원을 받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민병현 팀파머스 대표가 재배 중인 가을 국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선규 기자

수확해서 팔지 않으니 농업소득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다른 곳보다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했다. 민 대표의 팀파머스 농장을 벤치마킹해 꽃밭을 만들어 입장료를 받는 인근 영농조합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민 대표의 농장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많았다. 민 대표가 농장 옆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식음료 매출만 수입으로 잡히고 꽃밭 관람은 농사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에 세금이 더 많이 나왔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지금은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지원을 받는다. 그의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청년농 중 경관농업은 내가 최초”라는 자부심도 있다.

“마을 분들도 처음엔 ‘팔지도 않을 것을 왜 농사짓느냐’며 의아해하셨어요. 그런데 갈수록 손님들이 늘어나고 농장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도 사가니 좋아하시더군요.”

민 대표의 마을에선 토마토, 오이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데, 민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의 주요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주스 혹은 피자의 재료로 사용된다. 그 역시 처음 시작한 팥 농사를 지금도 소규모로 하고 있다. 전량 카페 디저트용으로 사용된다. 민 대표의 농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지내리 6차산업’이 형성된 셈이다.

민 대표에게 농사는 여전히 고된 일이다. 지금은 ‘농업법인 팀파머스’의 대표이고, 직원 11명에 업무도 생산팀·매장관리팀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연매출 11억 원 이상을 바라보는 어엿한 중소기업 경영자지만 근본은 꽃 농사를 짓는 청년농이다. 그는 농장을더 넓게 활용할 꿈을 갖고 있다. “꽃은 시즌별로 심고 바꿔줘야 하는데, 그냥 꽃을 갈아엎기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꽃 성분을 시험 의뢰해 꽃에서 나오는 식물성 콜라겐을 활용한 티백 차를 만들었죠. 내년에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꽃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도 그가 구상하는 사업 중 하나다. 조만간 자신의 브랜드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자신처럼 농촌을 기회로 삼아 도전하는 청년농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농사짓는 과정을 생각해야 합니다. 농사의 과정은농사짓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된 과정을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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