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해 발행 국채 우선상환 규정

올해 초과 세수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주장을 둘러싸고 위법 논란이 5일 가열되고 있다.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경우, 우선 국채를 갚아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회계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세수는 당해연도에 발행한 국채를 우선 상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산 후 세계잉여금도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기금 우선 출연, 국채 또는 차입금 상환 등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토대로 정부는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할 때 세입 예산을 31조6000억 원 늘리면서 국채 조기 상환에 2조 원을 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추가 확보된 세수를 활용해 국민의 어려움을 추가로 덜어드리면서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재정건전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국가재정법이 의무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초과 세수를 재난지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에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외엔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는 만큼,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당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국가재정법 취지를 몰각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후보가 언급한 ‘초과 세수 10조 원’은 전망치일 뿐이다. 정부가 실제로 10조 원의 세수를 더 걷은 것은 아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세수 예측 오차에 불과하고, 나라 곳간은 적자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내년 본예산 기준 총지출 예산은 604조4000억 원이고 국세를 더한 총수입은 548조8000억 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55조6000억 원 적자다. 현 전망대로 10조 원의 세수가 초과로 걷히더라도 45조여 원이 고스란히 국채로 남는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