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메모리 등 파손 심각”
비밀번호도 아직 못 풀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의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는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 조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손 상태가 심각해 이달 중에는 복구가 어려운 데다가 비밀번호도 풀지 못해 내년 대선전까지 조사가 끝날지 의문이다.

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으로부터 휴대전화 포렌식을 의뢰받은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포렌식 절차에 들어갔다. 9층 창문 밖에서 떨어진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단시간 내 복구가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외형적으로 깨진 부분부터 해결하고, 이후 메인보드나 메모리 파손 복구는 추후에 확인하는 등 단계별로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휴대전화는 유 전 본부장이 지난 9월쯤 개통한 아이폰 최신 기종으로, 현재 암호 잠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당시 숨진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X’ 기종을 이스라엘 정보보안업체 셀레브라이트의 장비를 써 암호를 해제하는 데만 119일이 소요됐다.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보안성이 더욱 강화된 기종이며, 파손 상태도 심한 상황이라 경찰의 포렌식 진행은 이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비밀번호를 스스로 풀지 않는 한 이달 중 메모리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입수자 A 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피의자 조사를 마쳤다. A 씨는 “유 전 본부장과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