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유엔서 23번 지적받아

정부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수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답변을 요구한 유엔 인권 전문가의 요청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유엔이 지적한 문제점이나 개정안 수정에 대한 입장 설명은 빠져 있어 알맹이 없는 형식적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OHCHR에 서한을 보내 국회의 언론중재법 논의 동향을 설명했다. 정부는 답신에서 “국회가 8월 30일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는 대신 한 달 동안 개정안을 검토하고 내용을 협의하기로 했다”면서 “여야 의원과 언론계,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가 열린 소통과 심도 있는 숙의를 거쳐 개정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으며 그 목적을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답변은 원론적인 차원일 뿐 유엔이 언급한 개정안 수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어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국회 논의 동향을 봐가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답신은 8월 27일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으로부터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그대로 채택될 경우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여러 문제점을 지적받은 데 대한 답신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OHCHR로부터 인권 관련 조치에 대한 지적이나 질의 서한을 받은 것은 이번이 23번째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각각 2배가량으로 많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6~12월) 3건, 2018년 5건, 2019년 3건의 서한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7건,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5건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12건, 박근혜 정부는 13건의 서한을 받았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