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商議, 2020년 매출 기준 분석

10년새 18곳→9곳으로 급감
文정부 ‘균형발전 정책’ 무색

1000대 기업 74%도 수도권
옛 수출허브 구미엔 4개 불과
지방 이전 기업 지원강화 필요

안동=박천학·부산=박영수 기자, 전국종합

수도권 집중현상에 기업도 편승하면서 지방 기업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지방에는 매출액 기준 전국 100대 기업이 18개에서 9개로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증가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1000대 기업을 따져도 수도권에 70% 이상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균형발전정책을 펴고 있지만,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의 불균형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9일 부산·대구 등 전국 각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0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대 기업 중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은 경상권 6개, 충청권 3개 등 9개에 불과하지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는 91개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은 10년 전인 2010년 기준 경상권 14개, 충청권 3개, 전라권 1개 총 18개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반 토막 났다. 2020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의 본사가 지방에 있는 기업은 충남 서산 3개, 울산과 경북 포항 각각 2개, 경남 창원과 거제 각각 1개뿐이다.

광역시인 부산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2010년 유일하게 71위로 100위 내에 포진했으나 수출물량 확보 애로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2020년에는 118위로 밀려났다. 대구는 아예 100위권 진입 기업이 없었고 그나마 대구은행이 2010년 155위에서 2020년 141위로 순위가 소폭 상향했다.

또 매출액 1000대 기업 중에서도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은 2020년 257개로 2010년에 비해 33개나 줄었다. 부산은 2020년 29개로 2010년 43개에 비해 14개가 줄었고, 경북은 같은 기간 43개에서 27개로 16개나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했던 구미는 4개에 불과해 이 기간 무려 12개가 사라졌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 주력 산업인 디스플레이와 모바일폰의 하향세도 있지만, 기업 본사의 수도권 이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경남 역시 37개로 9개가 감소했고 전남과 전북은 각각 18개, 11개로 1개씩 줄었다.

이에 반해 서울은 같은 기간 525개로 2개가 감소했지만, 경기는 181개로 29개, 인천은 37개로 6개가 각각 늘어 수도권은 총 743개나 됐다.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은 40개로 3개가 증가해 지방에서 가장 많았고 세종은 5개가 새로 생겼다.

지방 기업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나서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 개편과 신성장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국가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지방에서 기업을 하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일고 있다.

전북 전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수도권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대폭 구축과 규제 개선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방 상공회의소마다 지방공단 활성화를 위한 지방 우대형 투자보조금 지원 요건 완화를 정부에 건의하지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업 유치를 위한 수도권 규제 완화와 비교하면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지원이 효과적이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며 “기업의 수도권 ‘빨대 효과’를 막는 확실한 정책을 마련해야 인구 유출 등으로 인한 지방 소멸과 수도권 일극화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