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자 vs 약자… 친일 vs 반일… 친미 vs 반미

이념논쟁 선봉…국민 편가르기
건국절 주장에 “한울님 불벼락”
“이승만은 친일매국세력 아버지”
“친일세력, 美 점령군과 합작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과거에도 ‘친일 대 반일’ ‘친미 대 반미’ 구도를 고수하며 이분법적 인식을 보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움) 표현을 내세우며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상 국민을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 보는 편 가르기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 지사는 건국절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종종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성남시장이던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건국 67년’을 언급하자 “독립운동의 의미를 폄하하고, 남한을 장악하고 지배한 친일 세력과 이승만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해 토크 콘서트에서도 “친일과 부패, 독재를 작살 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가 된다”고 주장했고, 뉴라이트 등에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주장하자 “개천절에 한울님이 이들에게 불벼락이나 한 번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각각 ‘친일 매국’ ‘쿠데타 학살’ 세력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1월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는 참배했지만, 이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은 찾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 독재·매국·학살 세력이 이 나라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도 했었다.

그는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친일 잔재 청산으로 3·1운동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해방 후 건국에 대해서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는 지난 1일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친일 대 반일, 친미 대 반미로 또 나라를 반으로 쪼개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일본의 강제 점령과 미 군정의 점령을 어떻게 동일선에 놓을 수 있냐”고 비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