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 2021’ 제2세션 토론자들이 ‘온택트 기술과 민주주의 딜레마’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대형 LED 스크린 화면 왼쪽부터 사회자인 류석진 서강대 교수, 주제발표에 나선 야스차 뭉크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닉 콜드리 런던정치경제대 교수, 패널 토론자인 윤성이 경희대 교수. 신창섭 기자

■ 문화미래리포트 2021 - 디지털 전환과 민주주의
2세션 - 온택트 기술과 민주주의 딜레마

극단주의자 주장에 지나치게 관심 쏠려‘편향성 강화’
SNS는 사익 극대화 위해 가짜뉴스를 진실보다 빠르게 전파
정치불신 심한 韓, 개인 네트워킹 통해 정치적 불만 표출

‘온택트(On-tact) 기술과 민주주의 딜레마’를 주제로 진행된 ‘문화미래리포트(Munhwa Future Report) 2021’ 제2세션은 2010년 아랍의 봄을 이끌며 민주주의의 새 지평이 될 것이라 믿었던 소셜미디어의 역기능과 제재에 대한 기조연설과 토론으로 이어졌다. 기조연설을 맡은 야스차 뭉크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닉 콜드리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역기능과 대응에 대해 소개했으며, 토론을 맡은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대의제 정치 위기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의 방향을 소개했다.

◇소셜미디어의 양극성과 즉각적 과다성 = 제2세션 첫 기조연설을 시작한 뭉크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위험으로 크게 △정치적 양극화 △극단적 정치세력화 △즉각적 과다성을 꼽았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소셜미디어상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이뤄지는 배경을 설명하며 “(현실에선) 완전 반대인 견해를 만나면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가운데로 움직이는 데 반해 (소셜미디어에선)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가 크로스섹션되는 게 아니라 아주 비슷한 사람끼리 그룹을 맺는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정보만 취득하며 편향적 확증에 빠지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뭉크 교수는 비용이 들지 않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단에 선 지지자들이 정치세력화되고 정치화되기 용이해진 점을 설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극단주의적 정치세력이 부상하기 쉽게 만든다”며 “열정적으로 지지하고 싶으면 돈 없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단주의 정치세력이 부상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뭉크 교수는 “양극화된 극단주의자들의 관심이 지나치게 과다하게 집중되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플랫폼과 가짜뉴스 = 콜드리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바뀌면서 가짜뉴스가 진실보다 빠르게 전파되는 구조에 주목했다. 그는 “모든 정보 항목에서, 특히 정치 분야에서 가짜뉴스가 진실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는 자기 이익 극대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트래픽 극대화로 사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정보의 질보단 그 양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자극적인 뉴스에 대한 유통을 확산시킨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대해 콜드리 교수는 “플랫폼 사용자를 통해 얻은 분석 데이터를 상호작용하며 활용하는데, 이것이 광고에 이용돼 매출이 극대화되는 구조”라며 “비즈니스 모델이 기본 구조로 고착화하면서 디지털 환경이 유해해져 긍정적인 정치학이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콜드리 교수는 “인터넷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공간 자체가 소셜미디어를 큰 규모로 성장하게 했다”며 “1990년대 이전보다 복잡하고 커진 상황에서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약 없이 커졌고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발달과 한국의 민주주의 = 윤 교수는 뭉크 교수와 콜드리 교수의 기조연설을 한국의 대의제 민주주의와 연결시켜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볼 때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데 한국에선 정치 불신이 확산된 상황에서 유권자의 정치참여가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은 자기 이익만 찾는 무능한 정치권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운동보다는 개인 간 네트워킹을 통한 사회적·정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사용자들이 극단성을 띄는 배경으로 ‘정보 생산 동기’를 지목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선별적 노출 문제를 해결하려면 좀 더 중도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 사람은 중도주의적 성향의 정보를 생성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를 설명하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대의민주주의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고 대의제의 위기를 해결하고 건전한 민주주의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비즈니스 플랫폼 문제를 지적한 콜드리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며 “비즈니스의 목표와 민주주의의 목표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민주주의나 정치 프로세스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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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트래픽(Platform traffic) =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별도 지불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서비스 제공자들은 ‘트래픽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교통(traffic)’이란 단어에서 유래된 ‘트래픽’은 전화나 인터넷 연결선으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말하는데 서비스 제공자들은 가입자의 규모 및 트래픽의 양을 통해 광고주들과 협상해 광고 단가를 결정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구조를 ‘플랫폼 트래픽’으로 칭한다. 서비스 제공자들은 트래픽 양에 따라 수익이 결정돼 정보의 질보다는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어 트래픽을 늘릴 만한 소재에 집중하게 된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 에코 체임버는 방송에서 에코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반향실(反響室)에서 유래된 말로, 미디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뉴스나 콘텐츠, 관련 사용자들과 소통하면서 편향적 사고에 빠져드는 현상을 말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편향성을 강화시킨다는 것으로, 선호 콘텐츠에 집중하기 편한 구조로 만들어진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선호하는 콘텐츠 사용자들 간에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향적 사고가 확증으로 굳어지는 과정 또한 거친다.

정철순·최지영·송정은·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