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수영 서울대 교수

“국가가 ‘촉진자’역할 담당하며
상호 협력자로서 시스템 구축”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사회적 난제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네트워크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주요 행위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조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복지 시스템에 대한 김수영(사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은 사회구성원들 간 대립과 갈등이 심한 사회였다”며 “미래사회에는 경제적 재분배 외에도 사회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래 사회문제에 관한 토론과 합의를 이뤄갈 국가-시장-시민사회의 3자 협력체계를 마련해 사회구성원 간 관계 맺음에 투자하고 상호신뢰를 이뤄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자국 중심적 네트워크 사회라는 한국사회의 특징을 고려해 디지털 한국의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으로 ‘관계 지향적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혁신과 맞물려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업과 노동자, 국가와 초국가적 기구, 국민과 국가, 시민사회 집단 간에 새로운 갈등 요소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계 지향적 거버넌스란, 사회적 행위자들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고 함께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소통구조를 뜻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거버넌스 구상에 따르면 우선 국가는 시장과 시민사회의 ‘촉진자’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의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 발생하는 난제들은 주로 국내 중심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 따라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디지털 사회에서 정보는 가치를 생산하는 실질적 자원이 되는데, 이를 조직화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김 교수는 단순한 정보제공을 넘어 정보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시장과 시민사회를 촉진하는 역할을 국가가 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 일 경험 플랫폼, 시민 협상교육 플랫폼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처럼 국가 주도로 마련된 공론장을 바탕으로 국가-시장-시민사회는 상호협력자로서 디지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감시와 통제 강화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국가의 개인정보 활용을 역감시하는 구조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네트워크 사회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의 해체와 단절, 사회집단의 편향과 독점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사회구성원의 소외와 갈등이 심화하는 경향도 관찰됐다”며 “미래의 사회안전망은 사회집단 간 관계의 질을 높이고 회복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문화일보 · 아산사회복지재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