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탈진 소방관 병원 이송 119소방대원들이 17일 오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 부상을 입은 동료를 병원으로 긴급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7년 베테랑 구조대장 고립
생존 가능성 점점 낮아져
안전진단 실시후 진입할 듯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 투입된 김동식(53·소방경)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이 건물 지하 2층에 고립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대장은 17일 오전 11시 20분 동료 대원 4명을 이끌고 선두에서 발화(發火) 지점 등을 찾기 위해 지하 2층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5시 36분쯤 발생한 불은 차츰 누그러져 오전 8시 19분에는 경보령이 ‘대응 2단계’에서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지하 2층에 쌓여 있던 물품 더미가 무너지면서 불길이 다시 거세졌다. 현장 지휘부로부터 무전으로 “대피하라”는 긴급 탈출 명령을 받은 김 대장은 팀원들과 함께 이동하다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소방대원 4명 중 김 대장 바로 앞에 있던 A(47·소방위) 팀장은 팔 골절과 얼굴 부위 화상을 입고 겨우 현장을 빠져나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A 팀장은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장에 대한 수색 작업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현장의 불길이 아직 잡히지 않은 데다, 붕괴 위험마저 제기돼 아직 수색 인력이 투입되기 어려운 탓이다. 김 대장은 현장에 20분 정도 숨 쉴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소방당국 역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수색 작업을 하려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먼저 해야 하는데, 시기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투신한 이후로 27년간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의 부서에서 근무하며 재난현장 일선에서 인명을 구하는 데 앞장서 온 베테랑 소방관으로 알려졌다. 구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응급구조사2급, 육상무전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구조대장으로서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해온 김 대장의 무사 귀환을 동료 소방관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 소방관은 “김 대장은 현장에 가면 직원들이 다치지 않게 주변 한 바퀴를 먼저 돌아보는 선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내와 20대 아들·딸 남매를 두고 있다.

이천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