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롯데그룹의 직원들이 롯데가 임직원 소통 활성화 목적으로 운영 중인 모바일·웹 기반 영상 공유 플랫폼 ‘아크로폴리스’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6) 롯데그룹, 기업문화 혁신으로 위기 돌파

올 상반기부터 공개채용 없애
기존 기수문화·순혈주의 타파

8년째 영상 공유 플랫폼 운영
‘오픈 스페이스’신설, 소통확대

신입 교육 100% 비대면 진행
학습용품 담은 ‘웰컴키트’ 배송

요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롯데의 기업 문화 혁신이다. 국내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로선 쿠팡·네이버쇼핑·SSG닷컴 등의 출현과 포식 활동은 유통 생태계를 뒤흔드는 일이다. 분초를 다투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이커머스 신흥 맹수들이 무거워진 전통 오프라인 강자를 위협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변하지 않으면 새 포식자들에게 터전을 잃고 약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중차대한 격변기다. 상상을 초월하는 유통 혁명의 시대를 뚫고 가려면 우수한 젊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롯데가 그동안 쌓아온 기업 문화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신 회장의 진단이다. 롯데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롯데의 구성원과 조직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신 회장님은 이를 경청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유연·수평’ 강조한 신동빈 = 기업 문화 혁신에 대한 고민은 신 회장의 연초 첫 일성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사장단 회의인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부터 변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회사 및 그룹 전체 조직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앞서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각 포지션에 배치된 유능한 인재들이 베스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유연·수평 조직 문화 구축→유능한 인재 확보→적재적소 배치→위기 돌파’라는 공식이 신 회장 머리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롯데는 지난달 22일 ‘롯데 HR포럼’에서 ‘피보팅(Pivoting)’ 개념을 제시했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한 이 포럼엔 그룹 내 인사·교육·노무 담당자 등 임직원 780여 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농구에서 한 발을 축으로 회전하며 상대의 수비 진영을 뚫는 것처럼 피보팅은 시장의 피드백이나 트렌드 등에 따라 사업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유연하게 전환하자는 의미다. 인재육성과 조직문화 면에서도 적극적인 피보팅을 통해 유연화를 시도하자는 기획이다.

◇공채 제도 폐지와 순혈주의 타파 = 올해 롯데 내부의 가장 큰 변화로는 공채 제도의 폐지를 꼽을 수 있다.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는 올해 상반기부터 정기 공채 제도를 없앴다. 직무 중심의 상시 채용으로 전환해 계열사별로 우수 인재를 적시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그룹 공채를 통해 입사한 직원들에게 부여했던 기수도 폐지한다. 기존 직원들의 인사관리 기록에서도 공채 및 기수 관련 사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조직 내 남아 있는 기수 문화 및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여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롯데가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진단 시스템인 ‘엘탭(L-TAB·LOTTE Talent Assessment Battery)’을 9년 만에 전면 변경한 이유도 ‘유연한 조직 문화’ 때문이다. 실제 업무 상황과 유사한 가상 과제를 부여해 상황 판단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우수 인재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메일, 보고서, 메신저 등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도 평가한다.

롯데 관계자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필요한 시점에 공정하게 채용하는 방향으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채용 과정을 더 정교하게 운영해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우수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롯데그룹이 지난 1월 100% 비대면으로 진행한 ‘2021 상반기 신입사원 입문과정’에 앞서 신입사원들에게 개별 배송한 ‘웰컴키트’. 롯데그룹 제공

◇MZ에 다가가는 롯데 = 롯데는 교육방식과 내용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에게 맞춰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1∼2월 진행된 ‘2021 상반기 신입사원 입문과정’은 100%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롯데는 교육에 앞서 ‘웰컴키트’를 신입사원들에게 개별 배송했다. 비대면 교육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스마트 디바이스 거치대 같은 학습용품은 물론, 장시간 모니터를 보며 누적되는 피로감을 해소해줄 스팀 아이 마스크, 목 마사지 스틱 등을 넣었다.

롯데는 MZ세대 맞춤형 콘텐츠로 신입사원 교육을 기획했다. MZ세대가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특화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동료들과 겪게 되는 의사소통 사례 △성격유형 분석을 통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모색 △스스로의 조직 내 성장계획 수립 △효율적인 재택근무 시간 및 목표관리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롯데는 임직원 소통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모바일 및 웹 기반의 영상 공유 플랫폼인 ‘아크로폴리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 직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최근 아크로폴리스에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롯데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임직원들과 나누고 싶은 영상을 무엇이든지 올릴 수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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