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시장, 득표율 55%로 집권 보수당 숀 베일리 후보 꺾어
무슬림·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흙수저 신화’ 이어가게 돼

영국 지방선거 개표 결과 노동당 출신인 사디크 칸(50) 런던 시장이 집권 보수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8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칸 시장은 지난 6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 개표 별과 55.2%의 지지를 받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숀 베일리 후보(44.8%)를 꺾었다. 이 같은 득표율 차이는 2016년 칸 시장이 처음 당선됐을 당시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든 것이다. 칸 시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를 계속 이끌 수 있도록 시민들이 신뢰를 보여줘 매우 영광스럽다”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어두운 나날 이후 더 밝고 나은 런던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서로 다른 커뮤니티 간, 중앙정부와 런던 간 연결고리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칸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런던 금융산업의 지위 약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맞서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회복 등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의 뒤를 이어 2016년 런던시장이 된 칸 시장은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첫 무슬림(이슬람교도) 런던시장이다. 8남매 중 다섯째인 그는 공공주택에서 살면서 공립학교를 나온 전형적인 ‘흙수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북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12년 간 런던의 구의원을 거쳐 2005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칸 시장은 이날 연설에서도 “나는 구의회 주택에서, 노동자 계급이자 이민자의 아이로 자랐다. 그러나 지금은 런던 시장이다. 나는 속속들이 런던 시민이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칸 시장의 재선 성공에 대해 런던의 경우 지방과 달리 인종적으로 다양한 데다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유럽연합(EU)에 친화적인 젊은 층 인구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칸 시장이 소속된 노동당은 2019년 총선에서 전통적 강세지역이었던 미들랜즈, 북잉글랜드에서 보수당에 큰 패배를 맛본 데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중부 및 북잉글랜드에서 열세를 보였다. AFP통신은 이번 재선 성공을 발판으로 칸 시장이 전임 시장이었던 존슨 총리에 이어 차기 영국 총리 자리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