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 강하게 각인돼
바꾸면 아마 일감 줄걸요?”

이나가키 에미코 씨의 아프로 헤어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머리 모양을 한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들다. 이나가키 씨는 40대 중반부터 줄곧 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이니, 회사에 다니던 중이었다. ‘아프로 헤어를 한 자유인’이란 수식어는 이 머리 모양을 한 후 인생이 한결 자유로워져서 나온 말이다. “외적인 변화는 좋든 나쁘든 어떤 변화를 일으키죠. 쉬운 예로 고급 브랜드 옷을 입으면 사람이 좀 더 눈에 띄잖아요. 아, 물론 제 아프로 헤어를 보고는 모두 크게 웃어버렸지만 말이에요.” 그는 “이 ‘터무니없는 외적 변화’에 주위가 ‘반응’했다”고 말한다. 낯선 사람들에게도 친근감을 줬다는 것. 이나가키 씨는 “인생에 따뜻한 희망을 품게 됐다”고 회상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고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굴러간다는 걸 알았죠.” 이 예측 불허의 소용돌이를 그는 ‘인생의 틈’이라 불렀다. “이런 틈이 많아질수록 좀 더 다정한 세상이 되지 않겠냐”면서.

헤어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다소 완고한 답을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실은 좀 바꾸고 싶은데, 바꿀 수가 없어요. 모순이죠.” 이유인즉,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일감이 반 정도 줄어들 거라는 거다. 그는 “이 머리로 자유로움을 얻었는데, 다시 이걸 바꾸지 못하는 ‘부자유’가 생겼으니 아이러니다”라며 웃었다. 머리 모양을 바꾼다고, 이나가키 에미코라는 존재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로 헤어가 강하게 각인돼 쉽게 바꿀 엄두가 나질 않는 것. “아직 마음에 들기도 하고, 일이 줄어들면 생활이 곤란하니까요. 당분간은 바꾸지 않을 거예요, 하하.”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