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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부 ‘4차 건강가정계획’

기존 아빠姓 우선 원칙 폐기
출생 신고시 부모 협의 결정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요건 완화
‘혼외자’등 차별 용어 없애기로

정부가 자녀 출생 시 아버지의 성(姓)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부성우선’ 원칙을 폐기하고,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추진키로 했다. 기존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뿐 아니라, 비혼 1인 가구나 동거 커플, 위탁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는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법 조항을 신설할 방침이다. 혼인과 출산, 가족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 일대 변화가 예고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향후 5년간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이번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가족 다양성 인정’과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정책 목표로 4개 영역별 정책과제로 구성됐다. 여가부는 우선 자녀의 성을 정할 때 부모가 협의해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으로 정할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도 혼인신고를 할 때 부부가 협의하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는 있다. 하지만 혼인신고 때 미리 정하지 않으면 자녀 출생신고 때 부성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법적으로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행 민법(779조)과 건강가정기본법(3조)에는 가족을 혼인과 혈연·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여가부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혼인·혈연·입양 외에 친밀성과 돌봄에 기반한 대안적 관계도 가족으로 인정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권익 보장에 나설 예정이다. 가정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배우자’의 범위에 같이 사는 동거인을 포함하고, 양육비를 주지 않던 부모가 일부를 지급하더라도 법원이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또 정부는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라는 용어로 구분 짓는 것도 폐기할 방침이다.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 시 어머니의 비협조에도 법원을 통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