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독려에 20兆 규모 파운드리공장 건설 속도낼 듯

- 삼성전자 대응 고심

美서 생산·투자 늘어나면
對中 사업 전략 부담 커져

미국 백악관에서 12일 ‘반도체 대응 CEO 화상 정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한 삼성전자에 대한 대미(對美) 투자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되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공격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는 미국 내 생산 압박을 받는 동시에 연간 반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전략에 대한 부담감도 동시에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화상회의 참석자로 나섰다. 회의에 참석한 CEO들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관련해 간략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강도 높게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는 삼성전자가 검토 중인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건설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공장을 텍사스 오스틴에 운영하고 있다. 신규 공장을 짓기 위해 텍사스, 애리조나 등 지방정부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 중이다. 업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도맡으려는 미국 정책 기조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에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설비 증설 요구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요청에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달리 반도체 해외 투자는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셈법’이 단순하지 않아서다. 중국은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반도체 매출 103조 원의 30%를 도맡은 최대 시장이다. 중국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주요 고객사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에 최첨단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발 ‘파운드리 대란’을 계기로 각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에 나서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주요국으로부터 투자 압박을 받는 동시에 국가 간 경쟁구도에도 맞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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