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바뀌는 정책실장 김상조(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친 뒤 이호승(왼쪽) 신임 정책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靑, 김상조 전격 경질

임대차법 시행전 전세금 14%↑
정책입안자의 ‘내로남불’ 파문

靑 “부동산 관련 상황 반영”
보선 앞두고 비판여론 의식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의 시행 직전 본인 소유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내로남불’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전격 경질한 것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 여론에 기름을 붓는 행태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29일 범정부 차원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의 행태가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정성과 정책효과를 크게 훼손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 실장의 경질과 이호승 경제수석의 정책실장 기용을 브리핑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관련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격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반부패정책협의회에도 이 수석이 신임 실장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김 실장의 행태가 보도된 뒤 청와대는 최대한 김 실장의 해명을 강조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이 워낙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전격 경질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관보 등에 따르면 김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의 시행 이틀 전 부부 공동 명의로 소유 중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리는 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실장과 청와대는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전세 아파트의 보증금이 올라 부득이 전세 보증금을 올려 받았고, 여전히 시세보다는 많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해명했지만, 부동산 정책에 깊이 관여한 김 실장이 법 시행 이틀 전 법안의 취지를 거스르는 계약을 한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마치 임대인은 투기를 통해 얻은 부동산으로 거액의 임대료를 받아 챙기는 파렴치한으로 몰아놓고 정작 김 실장은 5% 상한 폭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재계약한 것은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빠른 경질에는 여권 전반의 기류도 반영됐다. 한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의 행태가 알려진 뒤 “사정은 이해되지만 국민이 볼 때 납득이 어려울 것”이라며 “(당에서) 굳이 의사를 전달하지 않아도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고전하는 배경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큰 상황에서 청와대가 김 실장을 안고 가려 해도 민주당 등에서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민병기·손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