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주영(오른쪽 세 번째)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구(〃두 번째)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99년 경기 화성시 기아차 화성공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下) 개척정신으로 일군 현대차

- 1代 정주영
포드와 제휴… 6개월만에 생산
독립후 1976년 포니 탄생시켜

- 2代 정몽구
SUV 갤로퍼 성공으로 신화
품질 경영 내걸고 해외 개척

- 3代 정의선
“IT기업보다 더 IT기업처럼”
수소전기차 세계 1위로 우뚝

이미지 크게보기 1980년대 초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한국종합전시장(코엑스)에 전시된 포니2와 선박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9년 8월 28일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서 직원들과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미소 짓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1월 2일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현대’라는 세계적 기업의 시작점이었다. 1939년 일제의 쌀 배급제 시행으로 쌀가게 경일상회(京一商會)를 접어야 했던 고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두 번째로 시작한 사업이 자동차 수리 공장 ‘아도서비스’였다. 또 ‘현대’라는 상호(商號)를 처음 붙인 회사는 1946년 설립된 ‘현대자동차공업사’였다. 그로부터 30년 뒤 국산 자동차 시대를 열어젖힌 그의 개척 정신은 아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 계승돼 세계 5위 ‘자동차 왕국’을 탄생시켰다. 이어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도심 항공과 로봇 분야까지 새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주영 명예회장은 1967년 12월 현대자동차 설립허가를 받고 오랜 꿈이었던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다. 후발주자인 현대차는 포드와 제휴에 성공했다. 포드는 3년 내 생산을 생각했지만, 현대차는 공장 완공도 덜 된 상태에서 6개월 만에 첫 번째 차인 코티나를 생산해냈다. 사실 코티나 판매는 대실패였지만 정 명예회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현대차를 흡수하려는 포드와 갈라선 뒤 1974년 7월 국산 종합 자동차 공장을 착공해 1976년 1월 포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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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승부사였다. 1970년 현대자동차 서울사업소 부품과장으로 입사한 그는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현대산업개발·인천제철 등 회장을 지냈다. 특히 미쓰비시 1세대 파제로의 기술을 이전받아 1991년 현대정공에서 사륜구동 SUV 갤로퍼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 12월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2000년 9월 계열분리를 통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전문그룹을 출범시켜 완성차는 물론 부품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특히 ‘품질경영’을 내걸고 해외시장 개척에서 저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 출범 이전의 해외 생산시설은 터키(1997년)와 인도(1998년) 공장뿐이었다. 선진 시장에는 공장이 없었다. 게다가 현대차는 1989년 캐나다에 공장을 세웠다가 1993년 철수한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은 2000년에 미국 진출을 지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외 공장 설립은 10억 달러 이상씩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미국 공장 건설은 회사의 존망을 건 큰 도전이었고 반대 의견이 무성했다”며 “당시 정 명예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미국 등 선진 시장과 중국 등 신흥 시장에 생산기지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현대차가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기아가 2009년 조지아에 각각 공장을 세웠다. 앞서 중국에는 2002년 현대차가 베이징(北京)에 1∼3공장을, 기아는 옌청(鹽城)에 1공장을 설립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국내 포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27개, 유럽에 4개, 북미·중남미에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은 해외 공장을 지을 때 부품업체와 동반 진출하게 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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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4일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정보기술(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돼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의 경계 자체를 허물고 있다. 정 회장은 전통적인 완성차 사업에도 능력을 보여, 2016년 1억 대를 돌파한 현대차그룹 누적 자동차 판매량을 지난달 기준 1억3500만 대까지 늘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개척자 DNA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의 미래차 전환 전략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기준 세계 4위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소비자가전쇼(CES) 2020에서 발표했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전을 실현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물류용 UAM을 먼저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상위 로봇 기업으로 평가받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5일 임직원들과의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앞으로 휴대전화가 없어지고 어떤 형태로든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을 데리고 다닐 것 같다”며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UAM, 로보틱스 같은 부분에 빨리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서 선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