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무 맡을 공기관 없어
‘LH 배제’는 사실상 불가능

건설사마다 LH출신 러브콜
전관예우 문화부터 근절해야

정부·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신도시 개발과 국민 주거복지 측면에서 ‘LH 배제’ 같은 충격요법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토지 개발을 민간에 위임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공공주택 분양·관리, 임대주택 업무를 맡을 공적 기관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3기 신도시 사업 등에서 LH 역할을 축소할 경우 당장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11일 오후 발표할 ‘LH 개혁 방안’이 이처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한 단순 선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평가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11일 “LH를 개혁하려면 전체적인 공공기관 개혁과 업무조정, 공공토지 개발 업무 이관 등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다고 민간에 택지 개발을 맡길 경우 토지 가격 상승은 물론 더 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서 LH를 해체 수준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H의 비대해진 업무를 장·단기적으로 분산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순수 토지개발과 주택분양, 임대주택 관리 등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2009년 통합 이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형태지만 이보다 더 분산(토지개발·주택분양·주거복지)하는 형태다. 또 다른 대안은 공장용지 등 순수 국가 필요 토지 개발 업무만 LH에 남기고 나머지를 자치단체의 ‘공사’로 이관하는 방안이다. 자치단체 공사가 택지개발, 공공주택분양, 임대주택 관리 등을 맡는 것이다.

건설주택업계는 LH 개혁을 위해서는 LH 출신 임직원에 대한 전관예우를 혁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축·건설업체마다 LH 퇴직 임직원을 모시려 야단법석”이라며 “이들을 영입하면 LH에서 따오는 계약 건수가 달라 업체에선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도 “시청 등 지자체 퇴직자와 LH 퇴직자는 1순위 영입 대상”이라고 전했다.

김순환·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