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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警, LH 영장신청·압수수색

수사권 조정에 혼선 이어져
정부 조사 대상 2만3000명
사람 아닌 땅 전수조사해야
前정부까지 ‘정치적 물타기’
4·7 재보선前 결론 못낼 듯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폭로’ 일주일 만에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경찰의 부실 영장 신청과 법원의 늦장 발부로 결국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이번 수사는 시작부터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 결국 고위 공직자 한두 명을 처벌하는 ‘보여주기’ 수준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오후 1시 30분쯤 LH 본사와 임직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신청했다. 안산지청은 중대 사건인 만큼 이날 저녁 바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안산지원은 사흘이나 지난 8일 저녁에야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늑장 발부’ 지적에 대해 안산지원은 “판사 재량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가 시작부터 늑장수사 등 근본적 한계를 노출해 ‘빙산의 일각’만 건드리고 말 것이라는 지적과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경찰은 의혹 대상자에 한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고, 정부합동조사단은 1차 조사 대상자로 관련 직원 2만3000명으로 한정하고 있어 수면 아래의 차명거래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반응도 나온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을 고려하면 조사 대상은 1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가족의 경우 아직 개인정보 동의서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조사 대상을 확대한들 가족이나 친인척이 아닌 지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경우 수사 대상에서 빠져나갈 공산도 크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직원을 전수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자금을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 주체에서 검찰을 배제한 것도 결국 수사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비판도 거세다. 과거 1·2기 신도시 수사 당시에도 검찰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다.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비리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폭넓게 수사권을 해석, 초기 단계부터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을 수사 주체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미공개 정보 거래 과정에서 공직자들 간 뒷돈이나 뇌물이 오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사 시점을 두고도 ‘정치적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전날 3기 신도시 입지를 발표한 2018년 12월로부터 5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 거래 내용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 결국 정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정선·김성훈·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