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존 리 대표는 “부모들에게 공부 잘하는 법보다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존 리 대표는…

존 리(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투자회사에서 15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한 뒤 2014년 한국에 돌아와 전 국민을 상대로 ‘금융문맹 탈출하기’ 프로젝트를 전파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본시장 원리를 배우고, 남녀노소 모두 주식에 투자하는 문화가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근에는 70대 할머니가 본사로 찾아와 눈물을 보이며 “손주들을 가난하지 않게, 부자로 살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리 대표가 전국으로 ‘경제독립 버스투어’를 다니며 지금까지 수천 번의 강연, 유튜브, 서적 등을 통해 수많은 투자자를 만난 결과다. 리 대표는 “월급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부자가 될 수 없다”며 “내가 자거나 쉴 때 내 돈이 일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종로구 메리츠자산운용 본점 내 상담센터에는 주니어 펀드 가입을 문의하기 위한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유튜브를 보고 주니어 펀드에 가입하러 왔다”는 50대 여성부터 할머니, 엄마가 유치원생 자녀 2명과 함께 상담하러 오는 모습도 보였다.

주니어 펀드는 만 20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깨치도록 설계됐다. 리 대표는 “지금까지 1만5000명이 가입했는데 최종 500만 명 가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주니어투자클럽’, ‘주부투자클럽’도 운영 중이다. 리 대표는 지난해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리 대표는 2018년 가치투자 철학을 담아 국내 최초로 여성친화기업에 투자하는 우먼 펀드를 내놓아 주목받았다. 그는 “이제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신경 쓰지 않으면 투자를 못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내 젠더 이슈도 투자를 좌우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자가 되려면 누구나 쉽게 주식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리 대표의 철학은 판매 채널에도 반영돼 펀드 직판과 직구를 가능하게 했다. 리 대표는 “보통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데, 이 경우 운용사와 판매처에 각각 수수료를 지불해 비용이 2배가 든다”며 “유통 단계를 줄여 고객과 직접 거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점은 서울과 부산에 1곳씩 있으며 다음 달에는 광주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리 대표는 ‘대국민 금융문맹 혁파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면 이런 노력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국은 잠재력이 엄청난 나라인데 잘못된 교육과 사고방식 때문에 스스로 가난한 길을 걷는 게 화가 난다”며 “주식 투자에서 희망을 찾게 해줘 고맙다며 찾아오는 투자자들과 편지들이 내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리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1980년대 초 중퇴하고 유학을 떠났다. 1984년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KPMG의 전신인 피트마윅에서 회계사로 일을 시작, 1991년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스티븐스 앤드 클라크로 옮겨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면서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