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보다 관건은 실행력
재산권 침해 논란 가능성”

정부가 4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은 획기적이지만 관건은 ‘실행력’이라고 진단했다. 토지주와 조합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렸지만 개발이익이 제한되는 공공 주도로 이뤄지고 사업추진 동의율 완화에 따른 재산권 침해 논란, 지구 지정 해제 등에 따른 잡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업 기간을 대폭 축소했지만 보유세 완화 등 기존 매물이 공급될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빠지며 당장 집값 안정은 물론 전셋값 급등세를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획기적인 공급대책은 재고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양도세 완화 방안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물량으로만 보면 엄청난 수준”이라면서 “다만, 공급 비중이 높은 민간의 참여, 특히 이해관계가 다양한 토지주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비사업 동의율을 낮추면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면서 “현재 소유주(토지주)의 30%가 반대하면 사업이 취소되게 돼 있어 법적 상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주 등 소유자의 참여를 유인하긴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2년 실거주 의무 미적용 등으로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규제가 완화됐지만 공공이 중심이 돼 개발이익이 제한되고 사업추진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설명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토지주의 사업 수익률을 민간사업 대비 최대 30%포인트 높여준다고 했지만 이는 준공 이후 미래 수익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서울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토지주들은 최소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으로 개발하면 정부에 현물 납입 후 소유권을 받게 되지만 시중보다 가격이 낮게 평가되는 감정평가 방식으로 가치를 산정받게 돼 토지주나 민간 개발업자에겐 손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책의 지속성과 실행력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2·4주택공급대책에도 당분간 공급 부족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주에 따른 주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급까지 빨라도 5년가량이 걸린다는 점도 당장 불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오늘 이후 개발 지역 내 매매 시 청산의 대상이 돼 투기는 억제할 수 있겠지만 주변 지역의 가격 급등은 막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