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한국·우즈베키스탄 부총리 화상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보상액 산정·지급 범위부터
재원마련 대책까지 ‘백지’인데
‘세부방안 마련’ 불도저식 지시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손실보상 법제화 시한을 사실상 4월 재·보궐선거로 두고 속도전에 나서면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로선 코로나19 손실보상에 최소 수조 원이 드는 만큼 국가채무 증가 속도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세부방안을 속히 마련해오라는 여권의 ‘불도저식’ 지시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25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는 예산실을 통해 자영업자 등에 대한 손실보상을 법제화할 경우 소요되는 재정 추산에 나섰지만, 재정 동원 대책은 백지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지급 대상과 범위, 보상액 산정 기준뿐 아니라 기존 피해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을 할지, 아니면 향후 근거를 마련하는 수준에서 진행할지조차 확정되지 않아, 재정이 얼마나 소요될지 추산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또 “당으로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지만, 정부는 재정운용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 신중하고 책임 있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손실보상의 기본 원칙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안에 담고, 구체적인 방식과 기준은 정부 시행령을 만든다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정부의 영업금지 조치로 영업이 제한됐던 집합금지제한업종 등에 일정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엔 뜻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재정 살포의 가장 큰 벽은 그만큼 비는 나라 곳간이다. 자발적 기부 등에 따른 기금 조성 등도 고려되지만, 결국 국채발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945조 원, 내년 1070조3000억 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코로나19 손실보상과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변수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여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당장 올해 국가채무가 11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국가채무 증가 폭 역시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크다. 노무현 정부(2003년 대비 2008년) 동안 국가채무는 143조2000억 원, 이명박 정부(2008년 대비 2013년)는 180조8000억 원, 박근혜 정부(2013년 대비 2017년)는 170조4000억 원 증가한 반면, 문재인 정부(2017년 대비 2022년) 임기 동안 국가채무는 400조 원이 훌쩍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민주당 내부에선 3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4차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