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보완 시급’ 한목소리
“가정법원 심사절차 강화 필요”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더불어 입양 제도도 서둘러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입양자격 조사를 민간 기관에만 맡기는 현 구조를 개선하고 가정법원의 입양자격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정책연구원은 최근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양부모 자격 조사는 입양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민간 입양기관에 의해 전적으로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가정법원 심사 과정에서 범죄경력 조회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문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입양은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해 입양신청에 있어서 ‘양부모의 범죄경력 회신서(조회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가정법원에 입양신청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입양청구권자인 양부모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해 자격 없는 자에 대한 입양을 우선적으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입양절차와 사후관리 강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부모 심사에 대한 질적 강화와 함께 입양 가족 사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면서 “학대사건이 터지고 난 뒤 부랴부랴 이뤄지는 경찰의 직접 수사가 아닌, 공권력이 자연스럽게 입양절차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된 후 사후관리 책임을 맡았던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도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SNS상에서는 정인 양 사망 사건에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홀트에 반대하는 운동인 ‘안티 홀트’ 챌린지가 진행 중이다.전국입양가족연대도 “정인이의 죽음은 입양 전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관리 중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은지·이희권·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