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돈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불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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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30대 중반의 여성 프리랜서입니다. 저는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합니다. 늘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궁리하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몸에 무리가 가더라도 합니다. 반대로 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불안해져 돈을 써야 할 때도 쓰지 못합니다. 그렇다 보니 나이에 비해 돈은 꽤 모았는데,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주변에 사람은 별로 없네요. 어릴 때 아빠의 사업실패로 온 식구가 ‘돈 돈’ 하고 살았는데 제가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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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돈만으로 자신을 완전히 보호못해…필요한 곳에는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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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은 한 대상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과도한 불안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종일 부모에게 매달립니다. 부모가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공포를 느끼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혼자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세가 넘어가면 서서히 집착에서 벗어납니다. 혼자 있는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도 힘이 있음을 알아가기 때문입니다. 사연을 주신 분에게 돈은 단지 돈이 아니라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절대적인 존재인 것처럼 말이지요. 돈이 자신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반대로 돈이 사라지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거나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건강과 사람 등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는데도 말이죠.

실제 심리학자들은 돈과 행복의 관계를 많이 연구합니다. 논란이 있지만, 돈과 행복은 어느 선까지는 직선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도 일정 지점(2002년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의 경우 연 소득 7만5000달러)을 넘어서면 돈은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입니다. 왜 그럴까요? 돈을 불리는 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돈을 번 만큼 욕망 또한 커지고, 돈에 신경 쓸수록 행복을 음미하는 능력이 감퇴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느냐보다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행복에 더 중요합니다. 취미생활이나 여행 등 좋은 경험에 쓰거나 주위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쓸 때 행복감이 배가된다는 게 심리학의 연구결과입니다.

사연을 주신 분은 과도한 불안으로 인해 돈과 분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힘이 없는 존재로 느끼고 돈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아이가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공포와 무능감을 견뎌내야 자아가 만들어지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돈과 조금씩 분리를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돈과 상관없는 활동을 해보세요. 물론 처음에는 불안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견디면 돈 이외에도 세상에는 가치 있고 좋은 게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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