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삽입한 한국관광공사의 공익광고는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넘어섰다.

이미지 크게보기 독특한 멜로디와 가사로 눈에 띄는 삼성증권 CF 역시 대표적 ‘수능금지곡’으로 꼽힌다.

- 수능 2주앞… 수험생이 피해야 할 노래들

관광공사 영상 ‘범 내려온다’
재밌는 가사에 독특한 안무
‘테스형’ ‘두리쥬와’ ‘돌핀’ 등
반복되는 후크송 중독성 강해

‘월급은 섭섭, 이자는 서운’ CF송
단순한 멜로디 강렬한 임팩트
‘귀벌레 증후군’ 수험생 고민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 치러지는 수능이라 수험생과 그 부모들은 더 걱정스럽다. 그런데 수험생 자녀를 둔 회사원 박모(54) 씨는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유튜브에서 3억 뷰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가 수험생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수능금지곡’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수능금지곡이 수험생들의 가는 길에 버티고 섰다.

◇ “범 내려온다” 듣다 “점수 내려갈라”

퓨전 국악밴드를 표방하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광고 영상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현대무용그룹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독특한 안무가 곁들여지며 중독성을 높였다. 유튜브에서 ‘범 내려온다’를 검색하면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영상 외에도 이날치의 또 다른 공연 장면과 영상 속 춤을 배우는 콘텐츠가 수백 개 쏟아진다. 유튜브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참기 힘든 유혹이다.

이외에도 트로트 가수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 가수 유두래곤(유재석)이 부른 ‘두리쥬와’, 걸그룹 오마이걸의 ‘돌핀’ 등이 올해 발표된 중독성 강한 수능금지곡으로 손꼽힌다.

지난 9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OST ‘도망가자’ 한 구절인 “와아아아, 와아아아, 보건교사다 잽싸게 도망가자, 죽게 생겼다 잽싸게 도망가자” 역시 ‘기피 대상’이다. 한 달 전 유튜브에 올라온 이 OST 관련 콘텐츠는 17일 기준 조회수가 173만 회가 넘는다.

◇ 귀벌레 증후군, 인구 98%가 경험

수능금지곡은 매년 추가되고 있다. 트로트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와 태진아의 ‘진진자라’를 비롯해 보이그룹 샤이니의 ‘링딩동’, SS501의 ‘U R Man’, 워너원의 ‘나야 나’와 동요 ‘아기상어’ 등은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수능금지곡이다.

수능금지곡의 공통된 특징은 ‘반복’이다. 쉽고 재미있는 멜로디가 반복되는 일명 ‘후크송’들이 귓전에 맴돈다. 그래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CF송도 종종 수능금지곡으로 분류된다.

2018년에는 “초특가, 야놀자~”(야놀자), 지난해에는 “참치, 요리로 참치~ 조리로 참치~”(동원참치)가 대세였다면 올해는 “월급은 섭섭해, 이자는 서운해, 시작을 시작해”(삼성증권)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어떤 노래를 듣고 난 후 그 음악이 하루 종일 귓속에서 맴도는 현상을 ‘귀벌레 증후군’이라 한다.

제임스 켈라리스 미국 신시내티대 교수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8%가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벌레 증후군이 실제 수험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다.

김동현 남양주한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수능시험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귀벌레 현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고, 느린 노래보다는 빠른 노래, 가사가 있는 노래, 단순 반복 구절이 많은 노래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며 “씹기 운동이 이를 완화해줄 수 있기 때문에 껌을 씹는 것이 귀벌레 현상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