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감사결과 사실상 불복

고리2호기 2023년 수명 만료
폐로 등 놓고‘월성’ 재연 가능성
신규원전 사업재개 여론 비등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결과’(20일 발표)에 사실상 불복하고 탈(脫)원전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혼란과 잡음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리 2∼4호기 등 월성 1호기처럼 수년 내 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이 줄줄이 대기 중인 데다 신한울 3·4호기 같이 갑작스럽게 사업이 중단됐거나 건설이 백지화된 원전에 대한 공사 재개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어서 월성 1호기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수명이 끝나가는 원전은 연장 없이 폐쇄하고, 신규 원전은 덜 지을 뿐 아니라 기존에 짓기로 계획한 일부 원전도 백지화하거나 중단한 게 골자다. 원전에 대한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구상이다. 월성 1호기를 제외하고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현재 총 24기다.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공론화를 통해 겨우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6호기 등 4기에 불과한 반면, 설계 수명이 2023∼2025년까지인 고리 2∼4호기를 비롯해 노후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식으로 2038년까지 14기의 원전만 남기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건설이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나 아예 취소된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도 있다.

1983년 지어져 2023년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부터 당장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명 연장이냐 폐로(廢爐)냐를 두고 2년 뒤 이번 월성 1호기 때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가 객관적으로 수행되도록 관련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정부에는 소귀에 경 읽기 식이다. 산업부는 감사원 감사 발표 후 낸 입장문을 통해 감사 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앞으로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궤도 수정 없이 기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반발 움직임도 보다 거세질 기류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함께 중단이나 백지화된 원전에 대한 사업 재개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특히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손실 비용을 원전 운영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보전해주기로 규정을 개정한 가운데 한수원의 청구가 시작될 경우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비판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는 국민의 돈 7000억 원을 넣어 재가동한 것을 폐로한 것”이라며 “과연 지금의 에너지 전환 계획이 의도한 것처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며 기후 문제도 해결하고 있는지 적절성을 따져봐야 하고, 특히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을 논의의 장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