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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드는 총장이기 때문에 수사를 허투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얼핏 보면 현 정부의 검찰 무력화에 맞서 윤 총장을 엄호하던 야권이나 법조계 인사들의 발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발언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 씨에 제기된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 수사를 두고 논평을 한 여당 최고위원이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번 문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장관이 책임지면 되는 일”이라며 “정치는 잠깐 기다리고 검찰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나라면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하며 윤 총장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윤 총장이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여당의 궤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1년 전 ‘조국 팬덤’으로부터 숱한 모욕을 받아가면서도 현직 법무부 장관에게 끝까지 칼을 들이대던 검찰은 이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사이 정치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한 검사는 요직에 발탁되고 영전했다. 정권을 향해 검찰권을 행사한 검사는 모두 좌천됐다. 우수한 검사들이 검찰을 떠났다.

친여 성향 검사들을 앞세운 물갈이에 성공하면서 1년 만에 검찰 조직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여당은 이제 자신들이 허수아비로 만들려 했던 윤 총장의 이름까지 들먹여가며 ‘검찰 수사를 믿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현 정권을 향해 칼을 겨눈 수사를 벌이다 좌천된 끝에 검사 옷을 벗어야 했던 한 전직 부장검사는 “여당에서 검찰 수사를 차분하게 지켜보자고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검찰 장악이 끝나긴 끝난 모양”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희권 사회부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