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왼쪽 위 사진)과 SBS ‘불타는 청춘’(왼쪽 아래), MBC ‘놀면 뭐하니’ 등 유명 예능은 PPL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 ‘뒷광고’ 논란 자구책 나선 방송가

놀면 뭐하니 등 예능프로그램
광고협찬 드러내며 웃음 유발
댓글도 “솔직해서 좋다” 호응

스튜디오 아닌 야외촬영 늘고
출연진 몸값도 갈수록 치솟아
재밌는 프로도 적자나면 폐지

“양아치니?” 지난 5월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MC 유재석은 김태호 PD에게 이렇게 외쳤다. 앞선 방송에서 김치냉장고를 대놓고 “PPL(Product Placement·제품간접광고)”이라고 알렸던 유재석에게 김 PD가 “먼저 PPL을 하고 (협찬 여부를) 후논의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하자 던진 말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사이 ‘대놓고 하는 PPL’은 대세가 됐다. 이에 대해 “새롭고 솔직하다”는 긍정적 반응과 “드러내는 광고가 불편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PPL 고백 봇물

유재석과 가수 이효리·비로 구성된 혼성그룹 싹쓰리의 성공에 이어 이효리·엄정화·제시·화사가 참여하는 환불원정대로 배턴을 넘긴 ‘놀면 뭐하니’는 요즘 가장 지명도 높은 예능이다. 당연히 PPL이 몰린다. 최근 방송에서 유재석은 “시청자가 불편하면 안 된다. 억지스럽지 않은 PPL을 해야 한다”며 출연자들에게 “출출하시죠? 호빵 좀 드세요”라고 건넸다. ‘추운 에이컨 바람 속 찾아와 준 따뜻한 호빵’이라는 자막도 붙었다. 이에 대해 “어디보다 티 나지만 1도 안 불편한 PPL” “숨기기보단 드러내는 것, 멋있는 생각” 등 긍정적 반응이 베스트 댓글로 꼽혔다.

이런 분위기는 콘텐츠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PPL를 직접 소화해야 하는 출연진이 제작진을 타박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PPL 방법이다. 2일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는 방송인 브루노가 동료들을 위해 칵테일과 안주를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이에 배우 최성국은 “잘 때 ‘브루노야 오늘 하루 종일 맛있었다’고 했더니 ‘형님 PPL이 너무 많아요’라더라”고 말했다. 이어 최성국은 “‘치즈도 PPL이냐’고 물었더니 ‘PPL이다. 칵테일에 우유 들어갔잖아요’라더라”고 덧붙였다. 이에 제작진은 “그거 해서 번 돈으로 여러분 비행기 표를 샀다. 섬 촬영이 돈이 많이 든다”고 답하며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샌드위치 PPL을 소화하며 이를 먹는 방송인 조세호의 얼굴 옆에 “세호야 입 벌려, 제작비 들어간다”는 자막을 붙이기도 했다. tvN 관계자는 “시청자는 똑똑하다. 어떤 제품이 PPL인지 한눈에 안다”며 “숨기려다가는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눈총을 받기 쉽다. 이제는 ‘어떻게 PPL임을 숨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거부감을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PPL 안 넣을 순 없나

“PPL 없이 제작할 수 없나요?” 몇몇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PD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비슷했다. “만들 순 있지만 재미는 보장하기 어렵다.”

PPL과 인기 예능은 정비례하는 상관관계가 있다. 예능이 인기를 얻기 위해 몸값 높은 MC나 가수, 배우를 섭외해야 한다. 이들의 개런티가 비싸니 당연히 제작비는 상승한다. 다양한 장면과 재미를 위해 카메라가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제작비는 치솟는다. 반면 인기가 높으면 자연스레 PPL 요청이 쏟아진다. ‘PPL이 없다면 재미와 인기가 없다’는 증거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스튜디오 토크 프로그램이라면 외부 광고 협찬 없이 주어진 제작비 안에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인기 높은 예능 중 스튜디오물이 몇이나 되나”라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PPL을 통한 제작비 수급은 불가피하고, PPL을 받지 않아 적자가 발생하는 프로그램은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폐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뒷광고 논란이 불거진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달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르면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에 PPL이 들어가면, 이를 짧게 편집해 포털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할 때에도 PPL이 포함됐음을 명시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PPL이 포함됐다”고 출연진이 직접 밝히면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광고를 감추고 하는 것이 문제이기에 공식적으로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포함된 광고에 대한 정보를 알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비판과 견제를 하는 동시에 관련 법규 제정을 통해 ‘모든 광고는 시청자에게 알린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