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념’하는 조희연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3일 오후 조희연(앞줄 왼쪽 두 번째)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전교조 서울지부를 방문해 조합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 “법외노조 통보 위법”

군인·경찰 外 노조 설립 보장
해고·실직자들도 가입 허용 등
일방적 노조 유리한 내용 담겨

재계가 요구한 ‘방어권’ 빠져
“기업들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대법원이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관련법 개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ILO 핵심협약 관련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등이다.

특히 지난 6월 30일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돼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은 일방적으로 노조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사용자 ‘방어권’ 관련 재계 요구사항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 재계는 ILO 협약 비준 및 노조법 등 개정이 강행될 경우 기업 환경이 훨씬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비준을 추진 중인 ILO 핵심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는 ‘군인과 경찰만을 제외하고, 근로자 아닌 자도 어떠한 차별 없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는 ‘교섭 당사자의 자율성 보장 및 이에 대한 강제조치 금지’ 관련 협약이다. 이 협약들을 비준하면 해직자 노조 가입을 금지한 노조법 등과 충돌하게 돼, 정부는 국내법까지 함께 고치려 하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폐지 △근로시간면제 확대 등 일방적으로 노조에 유리한 내용이 핵심이다. 해고자 등 노조 가입 허용은 ILO 협약 87호, 노조전임자 급여지급과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98호와 관련돼 있다. 노조법 개정으로 ‘비종사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정당하게 해고된 자, 퇴직자, 실업자, 심지어 회사와 무관한 사회단체 활동가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해고자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노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정치적·사회적 이슈까지 단체교섭으로 끌고 들어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에 노조가 무리한 요구, 강경 투쟁으로 일관할 경우 사용자 측이 방어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해 힘의 균형을 맞춰달라고 요청해 왔다. 파업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 대체근로제 전면 금지 조항 삭제를 요구했지만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형사처벌까지 하면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는 아예 규제하지 않는 불균형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파업 시 사업장 내 모든 시설 점거 금지 요구도 수용되지 않은 채로 정부 개정안이 마련됐다. 경영계 관계자는 “이미 사용자가 실질적 약자인 노사관계 지형에서 해고자·실업자 등의 기업별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 삭제 등 일방적으로 노조 힘을 더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오히려 노사관계 발전을 해치고 노사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